의사 결정 실험과 모바일 게임 알림

마리케 드 브리의 의사 결정 실험

 

네덜란드 라드 바우드 대학교의 마리케 드 브리(Mrieke de Vries, 2008)와 연구진은 인간의 기분과 의사 결정 사이의 관계에 관한 독특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1]. 그녀는 먼저 피실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에게는 즐거운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시청하게 하고, 나머지 그룹에게는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슬픈 장면을 시청하게 했습니다. 곧이어 두 그룹이 영화를 보고 난 뒤에 피실험자들에게 특정 주방 기기 브랜드의 상품 카탈로그를 보여주며 구매할 제품을 고르게 하고, 고른 제품의 금전적 가치를 책정해보라고 요청했습니다. 더불어 피실험자가 현재 어떤 기분인지도 물었죠.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A_smile_a_day_keeps_the_pain_and_the_doctor_away.jpg

 

실험 결과, 즐거운 영화를 본 그룹이 슬픈 영화를 본 그룹보다 더 행복감을 느꼈고, 행복할 때 제품의 금전적 가치도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특히 구매할 제품을 더 직관적인 판단으로 골랐던 피실험자가(분석적으로 제품을 비교하지 않았던) 제품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었죠. 마리케 드 브리의 연구는 인간의 의사 결정이 당시의 기분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다면 더 쉽게 어떤 요청이나 부탁을 받아들이도록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모바일 게임 유저의 감정과 의사결정

 

모바일 게임에서도 이처럼 유저의 기분이 좋은 타이밍에(혹은 유저의 기분을 좋게 만든 타이밍에) 특별한 의사 결정을 유도하는 몇 가지 사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알림(Push Notification) 설정 팝업과, 별점(Store Rating) 요청 팝업의 사례를 살펴보려 합니다.

1. 알림(Push Notification) 설정 팝업

모바일 게임 유저는 언제든 플레이하던 게임을 잠시 혹은 영원히 떠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이탈 유저나 휴면 유저를 다시 게임으로 복귀시킬 수 있는 장치로써 모바일 OS(Operating System)의 알림(Push Notifications)은 꽤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예컨대, 새롭고 재미있는 콘텐츠가 업데이트되었다는지, 지금 접속하면 당신을 위한 특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해서라도 말이죠. 단 이 메시지를 유저가 인지할 수 있으려면 일단 유저의 게임 알림 설정이 켜져 있어야 합니다.

iOS의 Push Notification

 

다행히 AOS(Android OS)의 경우 유저가 게임을 처음 설치할 때 이 설정이 자동으로 켜진 채(Opt-in) 설치됩니다. 그러나 iOS(iPhone OS)에서는 유저에게 별도로 요청을 수락받아야 합니다[2]. 이를 위해 많은 게임과 앱 서비스는 이 알림 허용 팝업을 게임 첫 실행 시의 스플래시 화면(Splash Screen) 시점[3]에 유저에게 요청하고 있지만, 유저 입장에서는 빨리 게임을 시작하고픈 시점에 꽤 귀찮고 번거로운 부탁이 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 iOS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알림 설정 팝업은 유저가 한번 거절하면 더 이상 같은 팝업을 보여줄 수가 없습니다(!!). 유저가 게임 설정 팝업에 직접 들어가 알림 설정을 켜는 귀찮은 작업을 하지 않는 이상은 말이죠.

Lilys Garden으로 유명한 Tactile Games나, Flare games 같은 해외 개발사는 이 문제를 꽤 심플하고 독특한 방법으로 해결했습니다. 특히 Flare Games는 이 방법을 통해 알림 설정 허용 비율을 두배 이상 올리기도 했죠 [4].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째. 유저가 먼저 게임을 즐길 수 있게 알림 설정 팝업 노출 시점을 늦춥니다. 유저가 게임의 재미와 가치를 판단하기 이전부터 귀찮은 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둘째. 유저가 기분이 좋은 시점(혹은 필요하다고 느끼는 시점)을 의도하여 알림 설정 팝업을 요청합니다.

Voodoo나 Tactile Games의 경우는 유저가 특정 시점의 레벨을 클리어하여 성취감을 느끼거나 첫 플레이 보상을 획득해서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시점에 알림 설정 팝업을 노출하고 있죠. Flare Games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보상 상자 시간 알림과 같이 알림을 설정하면 유저 입장에서 이득이 될 수 있는 특정 시점에 알림 설정 팝업을 요청합니다.

 

셋째. 알림 설정 팝업은 시스템 팝업이 아닌 커스텀 팝업을 활용하되, 유저에게 알림을 설정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 방식을 통해 유저는 알림을 왜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장점을 명확하게 인지시킬 수 있고, 만약 거절하더라도 시스템 팝업과는 다르게 이후에 다른 시점에 계속 팝업을 노출할 수 있게 됩니다.

왼쪽부터 Tactile games의 Cookie Cats Pop, Bee Brilliant, Flare Games의 Flick Arena

 

2. 별점(Store Rate Pop-up) 요청 팝업

유사한 방식으로 유저의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는 또 다른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별점 요청 팝업의 노출 시기입니다. 앱과 게임의 별점, 리뷰 등은 개발사 입장에서 유저의 반응을 정량-정성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이고, 스토어 피쳐드(store featured)나 설치 전환[5]등을 위해 잘 관리해야 하는 제품의 요소입니다. 반대로 유저 입장에서는 앱과 게임을 설치할지 말지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이퍼 캐주얼 장르의 퍼블리싱 명가인 Voodoo나 Jam City 같은 개발사는 별점 요청 팝업 역시 게임 플레이 중 특정 시점에 노출합니다. 특히 게임 초반 레벨을 클리어하여 다음 단계로 이동하거나 클리어, 미션 보상을 받는 시점을 주로 활용하여 요청합니다. 또한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많은 슬롯 장르 게임들도 마찬가지로 ‘Huge Win’의 순간과 같이 유저가 큰 기쁨과 행운을 느낄 수 있는 시점에 별점 팝업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Voodoo사의 Roller Smash, 2048 Balls, Jam City의 디즈니 이모지 블리츠

 

Apple은 이미 iOS의 HIG(Human Interface Guideline)를 통해 유저가 게임에 적응할 충분한 시간을 제공한 뒤에 별점을 요청하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6]. 북미 게임 서베이 업체인 Polljoy나 The Tool에서는 다음과 같은 시점을 활용하여 유저에게 별점을 요청하라고 권장하기도 합니다 [7].

1. 유저가 레벨을 올린 순간

2. 처음 난이도 높은 레벨을 통과 한 순간

3. 특별한 아이템을 수집한 순간

4. 유저가 처음 과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순간

5. 미션이나 퀘스트를 해결한 순간

6. 새로운 콘텐츠를 잠금 해제한 순간

7. 게임의 새로운 스토리를 진행한 순간

8. 최고 기록을 경신하거나 경쟁에서 승리한 순간

9. 특별한 행운을 느낄만한 순간

별점 팝업의 노출 시점과 관련하여 필자가 팀과 함께 진행한 실험에서는, 유저가 부스터 아이템이 모두 언락 되는 초반 레벨을 클리어 한 뒤 별점을 요청했을 때, 일반적인 레벨 클리어 시점에 별점을 요청한 경우보다 설치 수 대비 별점을 준 유저 수가 무려 27배(!) 상승했습니다. 이때 별점 팝업 분기 시스템을 적용하여 실제 별점을 준 유저들의 평균 스토어 별점이 5%가량 상승하기도 했죠.

시사점

 

마리케 드 브리의 실험과 다양한 모바일 게임의 사례는, 앱과 게임에서 유저에게 알림 설정이나 별점 요청 같은 번거로운 과업을 부탁해야 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를 시사합니다.

1. 유저가 게임 플레이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시점에 별점이나 알림 설정을 부탁하세요.

2. 유저가 부탁을 수락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을 명확하게 인지시키세요.

3. 알림 설정 팝업의 경우 시스템 팝업이 아닌 커스텀 팝업을 먼저 제공하여, 유저가 거절하더라도 다음에 다시 팝업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1] M De Vries, RW Holland, CLM Witteman. 2008. Fitting decisions: Mood and intuitive versus deliberative decision strategies. Cognition and Emotion 22 (5), 931-943.

[2] 국내의 경우 KISA 정책으로 인해 iOS나 AOS에 관계 없이 최초 앱 실행시에 유저에게 ‘광고성 정보 제공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이 경우 만약 유저가 이 때 푸시 알림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이런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게임사들은 별도의 동의 항목을 만들지 않고 광고성 정보 제공 동의에 관한 내용을’이용 약관’에 포함시키기도 합니다.) 해당 유저에게 글의 요지와 같은 타이밍에 알림 설정을 요청하는 방식을 추천합니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번거롭긴 하겠지만 어차피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려면 GDPR과 같은 이용약관의 분기는 국내와 분리하여 구현할 필요가 있습니다.

[3] 스플래시 화면은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동안 보이는 로딩 화면의 일종입니다. 이미지, 로고 및 소프트웨어의 현재 버전을 포함하는 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원출처: 위키피디아)

[4] https://www.flaregames.com/encouraging-mobile-gamers-to-opt-in-for-push-notifications

[5] 스토어 피쳐드(store featured)는 구글 플레이나 앱스토어 등에서 추천 앱-게임으로 선정되는 이벤트를 말합니다. 설치 전환은 광고나 자연유입으로 앱 스토어의 설치 페이지로 유입된 유저가 설치로 이어지는 비율을 말합니다.

[6] https://developer.apple.com/design/human-interface-guidelines/ios/system-capabilities/ratings-and-reviews/

[7] 앱이나 게임의 별점-리뷰 시스템 설계에 다음의 아티클을 더 참고해보세요. 1. 3 Ways to Build the Perfect App Rating Dialogue for a Mobile Game(ChartBoost)/ 2. 10 Proven Ways to Improve User Ratings on App Store and Google Play (The Tool) / 3. 8 Tips to improve app store rating (palljoy)

*원문 출처 : https://brunch.co.kr/@jaehyun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