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튜토리얼의 점화 효과

점화 효과(Priming Effect)

심리학에서 점화 효과(Priming Effect)는 시간적으로 먼저 주어진 특정 자극이 나중에 제시된 자극의 처리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말합니다. 먼저 제시된 자극을 점화(Prime) 자극, 나중에 제시된 자극을 표적(Target) 자극이라 합니다.

일반적으로 점화 효과를 이야기할 때는 단어(Word)를 활용한 사례를 주로 언급합니다. 가령 So_p라는 단어를 완성하기 전에 나눈 대화의 점화(Prime) 단어가 음식에 관련되어 있다면 피험자가 Soup(수프)라는 단어로 완성하게 되고, 세수와 관련된 단어로 점화 단어를 제시했다면 Soap(비누)라는 단어로 완성하는 식이죠.

실생활의 점화 효과

그러나 점화 효과는 사실 실생활에서 더 광범위하고 복잡한 형태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주로 언급되는 것이 코카콜라 광고 이야기입니다. 코카콜라는 뉴스 후 광고를 금지하는 원칙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반적으로 뉴스에서 사회적으로 심각하거나 부정적이고 좋지 않은 일들을 보도하고 있고, 이로 인해 뉴스를 시청한 사람들의 사고는 무겁고 심각한 심리적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때 뉴스 직후에 코카콜라의 광고를 본다면 부정적인 감정이 제품 브랜딩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인 거죠.

이처럼 점화 효과는 단순히 단어의 선-후 자극 사례만으로 한정되지는 않습니다. 인간의 기억과 사고는 스키마(Schema)[1]의 구조로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스키마란 지식의 덩어리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화장실’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는 암묵적으로 ‘변기’, ‘세면대’, ‘칫솔’과 같이 연결성을 가진 단어를 함께 떠올리게 되는데, 실생활의 점화 효과는 점화 자극을 통해 이러한 스키마로 구성된 개념, 정서 상태, 고정관념을 자극하여 개인의 의사 결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대개 사람들은 이러한 자극과 반응 과정을 거의 눈치채지 못합니다.

일례로 심리학자 노스(North, Hargreaves & McKendrick 1997)와 동료들이 진행한 한 실험에서는 슈퍼마켓에서 프랑스 음악을 배경이 나왔을 때는 소비자들이 프랑스산 와인을 구매한 비율이 독일산 와인을 구매한 비율보다 높았고 배경음악이 독일 음악이었을 경우에는 소비자들이 프랑스산 와인보다 독일산 와인을 더 많이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와인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자신의 와인 선택이 배경음악의 국적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습니다 [2].

모바일 게임의 점화 효과

모바일 게임에서 쓰이는 점화 효과 기법 역시 매우 은밀합니다. 1. 관찰 학습과 튜토리얼 편에서 언급했던 튜토리얼의 사례 역시 점화 효과의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1. 모바일 게임 튜토리얼의 점화 효과

7개의 대죄(Netmarble) 최초 전투 튜토리얼에서 유저는 만렙 주인공 일행을 통해 기본 전투 방식을 학습하게 됩니다. 만렙 일행과 강력한 적은 전투 시에 일반 공격 하나 하나와 필살기 발동 시에 대단히 화려한 연출과 타격감, 피격 수치를 보여주게 되죠. 이와 같은 점화 자극이 제시된 다음 주인공은 가장 낮은 희귀도와 레벨로 초기화되어 본 게임을 시작하게 됩니다(…). 본 게임에서 유저는 동일한 주인공 캐릭터의 비교적 허약한 모습을 비교 체험하게 되고, 첫 전투가 무사히 끝나면 11 연차[3] 튜토리얼로 진입하게 됩니다. 자연히 유저는 튜토리얼에서 먼저 경험한 강력한 캐릭터에 대해 소유욕과 선망을 자극받게 됩니다. 이러한 점화 자극은 전투 시 팀 편성에 친구의 강력한 캐릭터를 초대할 수 있는 방식으로도 유저의 게임 플레이 내내 제시되기도 합니다.

강력한 캐릭터 경험으로 인한 점화 자극은 이후 캐릭터 수집과 성장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7개의 대죄와 유사하게 디자인된 플로우는 먼저 언급했던 에픽 세븐을 비롯해 MMORPG 장르인 리니지 2 레볼루션(Netmarble)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형 RPG인 7개의 대죄나 에픽 세븐과는 다르게 MMORPG인 리니지 2 레볼루션에서는 메인 캐릭터 육성(레벨 업, 장비)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진 방향으로 점화 자극이 제시됩니다.

2. 가차에서의 점화 효과

점화 자극에 대한 한 후속 연구[4]에서는 특정 이미지를 단순히 반복 노출하는 것 만으로, 해당 이미지에 대한 호감도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넥슨의 카트라이더에 적용된 코카콜라의 PPL 역시 대표적인 관련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카트라이더의 코카콜라 PPL 사례(넥슨)

7개의 대죄에서 유저는 튜토리얼이 종료된 이후 가차(뽑기) 콘텐츠에 진입했을 때 가장 먼저 UR 등급 혹은 태초 SSR 등급[5]의 강력한 캐릭터를 나열한 일러스트레이션을 발견하게 됩니다(심지어 확률 업 이벤트 중…). 더구나 매일 한번 1회 뽑기를 무료로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인해 유저는 매일 최소 한 번씩은 이러한 점화 자극에 반복 노출됩니다. 이는 강력한 ‘캐릭터 보유-> 전투의 쾌감과 승리’라는 튜토리얼 단계에서 최초로 형성된 소유와 선망의 스키마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도록 의도된 설계입니다.

매일 1회 무료로 제공되는 1회 뽑기로 인해 유저는 자연히 점화 자극에 반복 노출됩니다

시사점

인간의 의사 결정 중 상당수는 무의식 중에 이루어집니다. 점화 효과는 인지된 자극이든, 무의식에 잠재된 자극이든 인간의 의사결정과 판단에 있어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다양한 선행 연구와 사례들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마찬가지로 게임 디자인은 사업적인 의도든 디자이너의 선량한 의도든 간에 점화 효과를 통해 유저를 특정한 플레이 방향으로 강력하게 유도할 수 있으며, 7개의 대죄 사례를 통해 중요한 포인트를 시사합니다.

1. 튜토리얼을 통해 수집-성장 같은 게임 플레이 핵심 요소에 대해 유저에게 강력한 점화 자극을 제시할 것.

2. 튜토리얼 이후에도 유저에게 유사한 효과를 유발하는 점화 자극을 반복적으로 제시할 것.

[1] 정보를 통합하고 조직화하는 인지적 개념 또는 틀을 말하며 ‘도식’이라고도 한다.(두산 백과)

[2] https://dbr.donga.com/article/view/1202/article_no/9191

[3] 11회 연속으로 가차를 시도할 수 있는 상품

[4] 게임의 변신 (데이비드 에더리, 2009)

[5] 가챠 희귀도 등급의 일종. 통상적으로 N(Normal) → R(Rare) → SR(Super Rare) → SSR(Double Super Rare) → UR(Ultra Rare)의 상승 단계로 구분된다.

 

* 원문 출처 : https://brunch.co.kr/@jaehyunkim/